posted by 정재한
2009. 2. 11. 20:44
[뉴스엔 글 이미혜 기자/사진 박준형 기자]
독립영화 감독 5인이 모여 독립영화계 현실의 열악함을 밝혔다.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동백아가씨’ 박정숙 감독,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안해룡 감독, ‘할매꽃’ 문정현 감독은 11일 오후 3시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열린 ‘독립영화의 현실을 걱정하는 감독모임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빚내서 영화를 만들지만 빛조차 보지 못하는 현실을 전했다.
안해룡 감독은 “영화를 찍는 것보다 개봉을 준비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며 “개봉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개봉을 준비하는 데만 3000~4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됐다”며 “영화 제작비를 훨씬 상회하는 비용이다”고 밝혔다. 이어 안 감독은 “이미 일본에서는 8000명이 이 영화를 봤다”며 “우리나라에서는 3군데 상영관을 잡았다가 ‘워낭소리’ 흥행에 힘입어 5개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박정숙 감독은 “영화 제작에 3년이 걸리고, 개봉까지 2년이 걸렸다”며 “5년이 지난 다음에야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독립영화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제작에 3년이나 걸린 이유는 영화를 찍으면서 제작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이다”며 “작품이 끝나면 ‘개봉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빚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밝혔다.
문정현 감독은 “영화는 2007년 완성됐는데, 개봉은 2009년이 되서야 하게 됐다”며 “15년 넘게 다큐만 찍고 있는데, 관객이 10만, 100만이 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2000명이라도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의 독립영화상을 수상한 문 감독의 영화는 겨우 서울 2개관에서 상영이 확정된 상태다.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의 사정도 다르지는 않다. 양익준 감독은 2009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했지만 현실은 다른 감독들과 같다. 양 감독은 “3년간 준비한 영화가 드디어 4월 중순 개봉한다”며 “개봉지원을 받지 못해 영화 제작할 때도 아버지에게 돈을 빌렸는데, 개봉 때도 또 손을 벌렸었다.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무사히 개봉할 수 있었지만 힘들다”고 털어놨다. 양 감독은 “영화를 찍는 동안 돈이 없어 촬영을 2차례 중단했었다”며 “지금도 집에는 빚쟁이 20명의 이름이 보드판에 적혀있다. 상금을 받았으니 눈뜰 때마다 누구부터 빚을 갚을지 고민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충렬 감독도 독립영화계 힘든 현실에 공감했다. 이 감독은 “방송에서 독립한 경우라 제작과정은 다른 독립영화 감독들과 다르다”며 “하지만 ‘배고프다’ ‘소외 받는다’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독립영화라는 명칭 자체가 영화진흥정책에서 삭제되고, 상업 영화/비상업 영화로 영화를 재편해야 한다는 무개념 이론에 대한 감독들의 개탄과 비판이 이루어졌다.
(사진=위: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충렬, 양익준, 문정현, 박정숙, 안해룡)
이미혜 macondo@newsen.com / 박준형 soul1014@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