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이 신경민 앵커 교체에 반대한 것은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교체의 이유와 교체의 방식에 반대한 것이었습니다.
교체의 이유가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고
교체의 방식이 독단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MBC 기자들은 신경민 앵커 교체를 막기 위해 사상 초유의 ‘제작거부’를 단행했습니다.
영상기자들도 이에 동참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경영진은 이를 강행했습니다.
일단 MC 교체가 발표되고 신경민 앵커도 고별방송을 한 이상,
현실적으로 이를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MBC 기자회는 MBC 뉴스의 공정성을 지킨다는 전략적인 목표는 그대로 둔 채
전술적인 목표를 바꿨습니다.
바뀐 목표는 바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MBC 기자회는 ‘국장직을 걸고 앵커 교체를 주도한’
전영배 보도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MBC 뉴스의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어제 신경민 앵커 교체가 발표된 후
MBC 평기자들은 전영배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벌였습니다.
96명의 기자 중에서 93명이 불신임(신임 2명, 기권 1명)에 투표해
전영배 국장에게 '전폭적인 불신'을 보냈습니다.
MBC 기자회는 제작거부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지역 MBC 노조 19곳에서도 오늘 아침부터 이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기자회가 제작거부를 철회할 때까지 서울 본사로 기사 송출을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오늘 오전부터는 앵커와 편집부 등 필수 제작 인력도 빠지고 수습기자들도 제작거부에 동참한다고 합니다.)
이제 공은 다시 엄기영 사장에게 넘어갔습니다.
엄 사장이 전 보도국장에게 책임을 묻느냐 안 묻느냐,
전 보도국장이 용퇴 하느냐, 안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거부한 기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구본홍처럼 완전 막장 사장 되는 것이겠죠.)
이전에 MBC 노조에서 부사장과 경영기획실장을 문제 삼아, 이들로부터 사과를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사과 정도로 정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들이 워낙 격앙되어 있어 전용배 국장의 용퇴 문제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용배 국장은 임명 당시부터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고등학교 동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조건 만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체적인 행위를 보고 판단하자’는 것이 당시 MBC 기자회의 공감대였습니다.
전용배 국장 임명과 함께 지난 보도국 간부 인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노조 출신이거나 친노조 성향의 간부들이 대거 숙청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MBC 뉴스가 이때부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MBC 뉴스를 꾸준히 모니터링 해온 민주언론시민연대에서 이를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노조가 뉴스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정보를 얻어 이를 바로잡곤 했는데
지금은 이런 의제 설정 과정에 대한 정보가 없어 사전 감시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신경민 앵커 교체로 폭발했지만, 내부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MBC 기자들이 쉽게 깃발을 내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 관심 가지고 지켜보시죠.